매년, 분홍 잎이 채우던 자리에 초록빛 생명이 돋아날 때면 나는 다시금 살아있음을 느낀다. 봄에 휘날리는 꽃잎의 향연은 가히 환상적이지만 말 그대로 ‘환상’처럼 느껴져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. 그래서인지 여름 한정, 여느때 보다 지금 이 생기를 활용하려 부단히 노력한다. 섣불리 시도하지 않을 운동을 해보기도 하고(올해는 프리다이빙을 했다), 젊음과 활기가 모인 곳에 부지런히 쫓아다닌다. 마치 다신 오지 않을 계절처럼 여름과의 약속으로 달력을 꽉 채운다.

가까운 사람은 무더위가 싫다고 우는소리를 하지만 나는 더위가 만드는 끈적거림, 숨이 막히는 습도의 불편함으로 더욱 격렬히 살아있음을 느낀다. 긴 버스줄을 기다리며 땀으로 가득 차는 등줄기에 불쾌감은커녕 짜릿해하는 모습을 누군가는 변태같이 생각하겠지만, 어쩌겠어. 이게 나의 여름인걸.

이렇게 여름과 사랑을 나누며 정신을 못 차릴 때면, 어느 순간 주황 빛 향이 코를 타고 들어온다. 그렇다. 나의 여름을 보내줄 시간이다.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에 이렇게나 깊이 공감될 수가 없다. 나의 짧은 가을은 언제나 아쉬움으로 가득 차 여름 나라를 돌아다닌다. 그렇게라도 여름을 연명하겠다는 마음으로.(올해 10월에도 태국을 갈 예정이다)

2024년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글을 목적으로 시작된 글이지만 올해도 여전히 가을의 시작에 맞춰 여름 앓이가 시작됐다.